비가 추적추적 오는 월요일이다. 꿉꿉하고 습한 날씨, 월요일의 피로함, 출근해야 하는 날이 앞으로 4일이나 더 남아있다는 부담감에 한없이 기분이 쳐진다. 이럴때야말로 좋은 향이 필요하다. 좋은 향은 나를 좋은 쪽으로 북돋기 때문이다. 조말론 미니어처 5종 중 어떤 향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오늘의 향 리뷰로 잉글리쉬 오크 앤 헤이즐넛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나는 비오는 날 커피향을 맡고 싶은 로망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6월이 다 됐는데도 선선하지만, 습기가 많아서 상쾌하지 않은 이 밤에, 따뜻한 커피향을 맡아보면 어떨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이름에 '헤이즐넛'이 들어 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이 향을 선택했다. 사실 잉글리쉬 오크 앤 헤이즐넛은 조말론 향수 중 유명한 향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향일까? 더 궁금했다.
우선 뿌리기 전, 캡만 벗기고 입구에 묻은 잔향을 맡아 보았다. 확실히 우디한 향이 느껴진다. 우디 향인데 무겁고 묵직한 우디향이 아니라, 약간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의 우디향이다. 아마도 공홈 설명 처럼 그레이프푸르트 향이 살짝 섞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조말론 미니어처 5종의 가격은 13만원 선이며, 공홈 기준, 100ML 당 192,000원이다.
공홈 출처 탑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는 아래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탑노트 : 그린 헤이즐넛
신선하면서도 견과류의 느낌을 향에 불어넣는 그린 노트.
하트노트: 시더우드
우디하고 드라이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향의 베이스에 가시덤불의 향을 더해 준다.
베이스 노트: 로스티드 오크 앱솔루트
오크우드 조각을 로스팅하여 용매추출법으로 정제한 앱솔루트, 따뜻함과 강렬함을 담은 우디노트로 매혹적인 개성을 선사한다.
탑노트는 내가 느끼기에는 풀향이다. 촉촉한 숲, 진득한 풀에서 나는 깊은 풀향과 젖은 흙 느낌과 함께 신선하게 느껴지는 스킨 냄새가 주를 이룬다. 우리가 흔히 아는 헤이즐넛 향도 아니고, 공홈 설명 처럼 견과류 같은 느낌도 나에겐 아니지만(오히려 아까 설명에 나온, 그레이트프루트 향이라면 모를까), 확실히 그린 노트는 맞다. 그리고 미들 노트까지 이 그린 노트가 쭉 이어지는 느낌이다.
미들노트는 확실히 우디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묵직하고 다크해서 무게감 있는 우디 향은 아니고 싸하고 스모키한 우디다. 미들 노트 설명에 우디하고 드라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있는데 어느정도 내 느낌과 맞는 것 같다. 이런 싸한, 스모키한 냄새가 탑노트였던 그린그린한 탑노트 향과 이질감이 없이 잘 이어지는 느낌이다.
베이스 노트 설명은 나에겐 조금 어려워 잘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강렬한 우디노트는 맞는 것 같고, 우디, 그린노트, 드라이함(스모키함) 이런 향들이 잘 어우러져서 우아하면서 고혹적인 느낌의 향이 남는다.
이 향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무지 호향이다. 너무 어둡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밝고 상큼상큼하지도 않다. 또한 평범하지도 않고 너무 여성스럽지도 않다. 그래서 중성적인 향을 좋아하는 30대 여자 향수로 추천하고 싶다.
어떤 계절감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존재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톡톡히 드러낼 것 같은 향이다. 밤에 이 향이 난다면, 너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를 주면서 주변을 환기 시켜주는 그런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을 줄 것 같고, 낮에 이 향을 맡는다면, 차분하고 우아하고 고혹적인 느낌을 줄 것 같다. 그러니까 이 향은 유니크하면서도 특정한 상황이라던지 계절감 같은 것에 유난히 치우치는 향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줄 것이 분명한 향 같다.
이제까지 3개의 향수를 리뷰하며 기록했는데, 나는 잉글리쉬 오크 앤 헤이즐넛 (조말론) 이 향이 제일 마음에 든다. 내일 회사 갈때, 뿌리고 나가야지. 전에도 종종 향수를 뿌리기는 했었는데, 요즘 같이 집중해서 향에 대해 생각하지도 향을 맡지도 않았다. 그래서 탑/ 미들 / 베이스 노트를 구분해서 맡아보고 기록하면서 요즘 향수가 참 신기하게 느껴지고, 향이 참 매력적이다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이 맡아보고 기록해보며 정리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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