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대해 글을 세편정도 정성들여 쓰면서 향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서 이것 저것 찾아봤다. 앞서서 조말론 향수 두개를 리뷰했는데, 그 두개는 모두 코롱이었고, 이번에 리뷰할 향은 코롱 인텐스로 오드 앤 베르가못 (Oud & Vergamot) 향이다. 잠깐 용어에 대해 설명하고 가자면, 향수엔 보통 오드 퍼퓸 오드뚜왈렛, 오드코롱으로 나뉘는데, 그 기준은 알콜에 얼마나 많은 향수원액이 들어있느냐이다. 향수 원액이 많은 순서가 오드 퍼퓸, 오드뚜왈렛, 오드코롱 순이며, 향수 원액이 가장 많이 들어간 오드 퍼퓸의 향 지속력이 가장 길다.
조말론에서는 코롱과 코롱 인텐스가 가장 많다. 그래서 발향력이 세지 않고 향 지속력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조말론은 '현관컷'이다, 5-10뿌(뿌려야) 해야 한다, 라는 우스개 소리도 많이들 하곤한다.
오늘 향 리뷰를 위해서 오드 앤 베르가못을 고른 이유는 대체 베르가못 향이 무엇일까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말론 미니어처 향수 5종에서 3가지는 코롱이고 병이 투명하면서 하얗고, 오드 앤 베르가못을 포함한 두가지는 코롱 인텐스는 병이 까맣고 불투명하다. 왠지 모르게 향이 강할꺼 같고, 무언가 남자 향수 같은 느낌일 것 같아 거리감이 느껴졌었다. (실제로 조말론에 가서 남자 향수 선물 추천해주세요 하면 이 향을 많이 추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향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다보니, 각 싱글노트가 과연 무슨 향일지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베르가못'을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하게 되었다.
참고: 공홈기준 100ml 가격 252,000원
우선 오드 앤 베르가못 캡을 열고 입구에 묻은 잔향만 맡았을 때는 통나무 집에서 날것 같은 묵직한 우드향에 푸르티, 시트러스 향이 아주 옅게 가미 되어 있었다.
처음 뿌렸을 때 탑노트는 아주아주 달달한 달짝지근한 향이다. 정말 탑노트가 의외였다. 베르가못을 찾아보니 이것도 시트러스 계인데 라임과 비슷하게 생긴 열매이다. 그런데 약간 시큼하다고 되어있는데 내가 느끼기에 탑노트는 굉장히 달달하다. 과즙이 걸쭉하도록 풍성한데 달짝지근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 뒤에 우디향이 올라오면서 약간 어이없게도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 ㅋㅋㅋ 못믿으시겠지만 제 코는 일단 그렇다.
미들 노트는 우디향과 베르가못이 섞이면서 굉장히 부드러워 진다. 오드 앤 베르가못은 남자 향수로 많이 추천되는데 나는 대체 '남성적인 향'에 대한 편견이 있는건지 몰라도 이건 굉장히 의외다. 아, 그리고 새로 안 사실인데, 조말론의 모든 향수는 남녀공용으로 나온다고 하더라.
잔향은 머리 아픈 느낌 없이 뭐랄까 굉장히 알싸한 몽롱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우아하고 고혹적이다. 내가 까만 병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밤 느낌이 나는 향수이다. 그리고 향기가 달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호향이다. 그리고 잔향이 정말 매력적이다. 플로럴끼 하나도 없이 달달한 향인데, 뭔가 모르게 매혹적인 향이 난다. 약간 알싸한? 아마도 이게 공홈 설명에 있는 동물성 향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달달한 향인데 약간 우디가 섞이고 아주아주 쬐끔 시큼함이 있는데, 라임 바질 앤 만다린이랑은 다르다. 정말 잘섞였고 뭔지 모르겠는 아마도 동물성 향기로 추측되는 이 향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사람이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향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맡고 뿌려보고 해야 하는게, 이름만 봐서는 내 취향은 라임 바질 앤 만다린일 것 같았고 오드 앤 베르가못은 아닐 것 같았는데, 뿌려보고 맡아보니 정 반대다. 하긴 그런데 베르가못도 시트러스계라니까. 이렇게 달짝지근한 향일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향, 그리고 상황에 맞는 향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씩 꼼꼼히 집중해서 뿌려보고 인터넷 서치도 해보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미니어처나 샘플러를 많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마음에 드는 향의 향수를 잘 고르기 위해서는,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 노트를 모두 맡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시향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 향수 매장에서 너무 급하게 구매를 결정하지 말라는 의미다. 샘플러를 이용해서 집에 와서 찬찬히 시향해보고 그 다음에 구입하는 것도 추천 드린다. 왜냐하면, 내가 맡아본 모든 향수는 탑노트, 미들노트, 그리고 베이스노트가 각자 향의 폭이 크게 달랐다. 급하게 시향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시향하는 것이 그 향수 본연의 향을 더욱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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